"월 이자만 120만원, 외벌이라 더 힘들어요"…무너지는 4050 [대한민국 빚 리포트②]

입력 2022-11-04 07:01   수정 2022-11-04 09:29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가계부채 1900조 시대. 가계가 진 빚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1위인 나라. 대한민국이 빚에 신음하고 있다. 주요국의 통화긴축과 함께 시장금리가 치솟자 가계의 부채 상황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것. 하지만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금리 상승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인데다 전 세계적인 고(高)물가 기조에 경기 침체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한경닷컴은 빚 부담에 취약층으로 전락한 2030, 청년과 노년 사이에 껴 빚 폭탄을 안고 있는 4050, 은퇴와 함께 파산절벽에 내몰리는 6070세대의 부채 상황을 점검하고 해결방안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청년을 위한 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균형을 잃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오히려 세대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재테크 커뮤니티)

최근 청년들을 위한 정부의 금융지원 및 부동산 정책이 쏟아지면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는 40~50대들이 많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정치공학에 따라 콘크리트 지지층이 형성돼있는 4050세대를 외면하고 2030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정책을 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금융지원정책 가운데 중장년층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안심전환대출, 전세대출 보증한도 확대 정도 뿐이다.

한국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40~50대가 빚에 무너지고 있다. 대한민국 40~50대는 청년층인 20~30대 비해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유지하면서 경제적 파워가 강하고 상대적으로 자산도 많다. 그러나 교육비와 생활비, 주거비 등 돈 들어갈 곳이 가장 많은 나이대이자, 자녀 교육과 부모 부양을 동시에 부담하는 샌드위치 세대기도 하다.
2금융권 부채도 빠르게 증가…취약차주 증가 우려
4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0~50대의 가계부채 총액은 1014조1479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가계부채 규모의 절반을 훌쩍 넘는 54.3%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들의 가계부채 규모는 최근 3년 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부채의 양 뿐만 아니라 질도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40~50대의 2금융권 가계부채 총액은 은행권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은행권 대출은 지난해 572조9371억원에서 올해 592조1018억원으로 3.3%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2금융권 대출은 397조5965억원에서 421조8436억원으로 6.1% 늘었다.

집을 담보로 하는 주택담보대출도 은행권보다 2금융권에서 증가 속도가 빨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40~50대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0.7%(310조5422억원→312조6585억원) 늘었지만, 2금융권은 9.8%(142조6342억원→156조5558억원) 증가했다. 40~50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자산 수준과 신용도가 높지만, 이를 담보로 2금융권 대출이 급증한 점은 취약 차주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기도 하다.


중소기업의 과장인 A씨도 빚에 대해 하소연 중이다. 그는 "금리가 오르면 빚부터 갚아야 하지만, 그 단순한 게 안됩니다. 현재 매달 내야 하는 이자만 120만원인데, 외벌이하면서 애들 교육비 생활비 등 고정적인 지출이 나가다보니 이자 갚기도 바쁩니다. 어느 세월에 원금을 갚을 수 있을 지 막막합니다"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카페를 운영중인 50대 B씨는 성실하게 살았지만 남는건 빚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주식 같은 투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내 집 한 채까지 마련해 퇴직을 했다. 하지만 퇴직 후 창업하기 위해 대출을 받으면서 어려워졌다. 그는 "3억원 가까이 빌려 시작했지만 1년도 안돼 코로나19를 겪었습니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나아졌지만 임대료에 인건비, 이자 부담에 숨이 막힙니다. 사업은 접고 소액이라도 월급을 받고 사는게 마음 편할 것 같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직장인도 자영업자도 빚갚느라 '허덕'
4050대 대출자 10명 중 3명이 다중채무자인 점도 우려스럽다. 다중채무자는 세 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차주를 뜻하는 것으로, 통상 대출 규모가 크고 추가로 빚을 돌려 막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취약 차주로 넘어갈 위험이 높다.

올해 3월 말 기준 40∼50대 대출 차주 960만5397명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256만1909명으로 전체의 26.7%에 달했다. 국내 전체 연령대 차주 중 다중채무자 비중이 22.6%란 것을 감안하면 4050세대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40~50대 다중채무자는 지난해 1년 간 8만691명(3.2%) 증가했다. 이는 자영업자 비중이 많아 코로나19 확산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0~50대 자영업자는 12만명 가까이 감소하며 전체 연령층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4050세대는 고용원을 줄이다 못해 나홀로 일하는 자영업자 비율도 가장 크게 늘었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감소 비율은 40~50대가 80%를 차지했다. 40대는 11만3000명 줄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50대도 8만3000명 감소했다. 30대는 3만2000명, 60세 이상은 3만4000명 각각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통상 자영업은 매출이 하락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면 고용원부터 줄여 혼자 일하거나 가족들이 일을 돕는 형태로 바뀌게 된다.

대학교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50대 C씨도 이러한 경우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대학교 같은 특수상권은 대부분 시들었다고 봤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나아졌지만 번 돈은 이자로 다 나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 앞 장사를 10년 가까이 하면서 학생들 응원 덕에 버텼는데, 더 이상 손해보면서 장사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 그만두고 친정 부모님과 여행 다니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앞으로 나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증가세가 줄어들 가능성이 적은데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되서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가며 나타난 보복소비 덕에 경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올 하반기에는 소비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질구매력 둔화되고 자산가격 하락…집값 폭락에 '위태'
한은은 "최근 실질구매력 둔화와 자산 가격 하락, 금리 상승 등으로 재화 소비가 부진하고 서비스 소비의 회복 흐름도 약화하면서 민간 소비 증가세가 점차 둔화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가계의 구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3분기에 1.3% 감소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점도 40~50대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다. 전체 연령대 가운데 빚이 몰려있는 4050의 자산은 부동산에 편중돼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인구의 32.6%를 차지하는 40~50대는 전체 가구 자산의 53.3%를 보유 중이다. 자산의 경우 금융자산(1218조원, 26.5%) 보다는 실물자산(3370조원, 73.5%)이 많았고, 실물자산의 90% 이상이 부동산이었다.


그나마 금융자산 중 24.8%는 전·월세 보증금이었다. 보험개발원은 "부동산은 현금화가 어려운 만큼 향후 노후 생활자금 마련에 유동성 제약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폐업을 준비중이라는 40대 D씨는 "인건비 줄이려 아내가 직장도 그만두고 가게 일을 도왔습니다. 코로나19도 버텼는데 매달 원리금으로 300만원 가까이 내게 되다보니 이젠 한계에 온 것 같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집을 정리하고 대출금을 갚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거래가 잘 되지 않는데다 집값까지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40~50대는 빚 규모가 크지만 상대적으로 소득이 안정되어있다 보니 정부 정책이 저소득층, 청년,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위주로 편중돼있는 듯 하다"며 "중장년층 중에서도 무주택자 등 자산이 없는 인구도 많은 만큼 일반 대출자에 대한 지원대책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계속)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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